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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장비

혼란에 빠진 중고 VGA 시장 - 그래서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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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주, VGA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ATI가 자사의 차세대 VGA의 첫 제품인 HD4850을 출시했다. 그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오던 제품이었지만, 출시된 제품을 가지고 실제로 게임에서 테스트한 결과는 놀라웠다. 20만원대 초반에 출시된 HD4850은, 기존 하이엔드 제품들이 포진한 30만원대 이상의 제품들을 성능으로 모조리 누르고, 경쟁사의 최신 모델인 GTX260을 위협했으며, 2개를 연결하여 크로스파이어를 구성할 경우 그마저 훌쩍 뛰어 넘어 버리는 놀라운 성능을 발휘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크로스파이어를 구성하기 위해 HD4850 VGA를 두 장 구입한다 하더라도, GTX260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최강의 가격대비 성능의 제품이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덕분에 기존에 하이엔드급으로 취급되던 엔비디아의 8800 시리즈는 졸지에 메인스트림급으로 내려앉았고, 9800 시리즈도 조만간에 같은 운명을 맞게 될 듯 하다. HD4850에 놀란 엔비디아가 9800GTX의 가격을 거의 20만원 가까이 떨궈버린 데다가, 조만간 차기 모델인 9800GT와 9800GTX+가 발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엔비디아의 대응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엔비디아의 제품을 유통하던 수입 유통사이겠지만, 중고 VGA 시장에 불어닥친 후폭풍도 만만치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만원대를 유지하던 8800GT 512MB 제품의 중고가는 10만원 초중반대로 곤두박질 쳐 버렸고, 그 상위기종인 8800GTS의 가격도 16~18만원 선으로 폭락했다.

그러나 이전의 하이엔드급의 중고가격이 이렇게 폭락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그 가격대에 거래되었던 하위 제품들의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중고 VGA 시장은 메인스트림급 부터 하이엔드급 까지의 제품들이 비슷비슷한 가격대에 머무르는 혼란한 상황을 맞고 있다. 덕분에 중고로 이전 세대의 하이엔드급 제품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지만, 최근에 고가로 VGA를 구입한 구매자에게는 피눈물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메인스트림급인 HD4850에 이어서 하이엔드급 HD4870이 출시된 최근 며칠 사이에는 HD4870의 놀라운 성능 때문에 심지어 출시된지 며칠 되지도 않은 HD4850의 중고가격조차 10만원대로 내려가 버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부 매니아들이 HD4870으로 넘어가기 위해 HD4850을 급하게 팔아치우려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죽진 않아!"

이 혼란스러운 상황 덕분에 나도 꿈에만 그려보던 8800GTS 512MB 모델을 저렴하게 구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비록 한 세대 전이라도 하이엔드급 제품을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용했었던 하이엔드급 제품은 바로 최초의 GeForce인 GeForce256 DDR이었다. 그것이 불과 1년여 만에 하이엔드급에서 로우엔드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그 이후로는 메인스트림급 제품만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이번 기회로 메인스트림급 가격으로 하이엔드급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VGA를 바꿔 끼우고 드라이버를 설치한 후, 테스트 삼아 동영상 몇 가지를 돌려 봤는데, 동영상에서 ATI와 엔비디아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Radeon 1950GT로 봤을 때와 채도라든지 명암에서 차이가 보였다.

그리고 ATI 제품을 쓰면서 풀지 못했던 숙원, 구글 스캐치업에서 드디어 하드웨어 가속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심시티4도 다운 안 되고 잘 돌아가겠지. 뭔가 GTS에 어울리지 않는듯한 소박한 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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